작가가 딸을 독립시키고 인생 처음으로 ‘진짜 독립’을 시작한 뒤 찾았던 스타벅스에서의 소중하고 유쾌한 일상을 보여준다. ‘완벽하게 육아가 끝난 날’의 홀가분함도 잠시, 작가에게는 홀로 남은 집안에서 빈둥지증후군’으로 인해 ‘일할 의욕도, 식욕도, 살아갈 의미도 잃고 폐인처럼 우울하게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노트북을 들고 집 근처 스타벅스를 찾아간다.
책소개
무라카미 하루키·마스다 미리·오가와 이토 등의 번역으로 유명한 32년 차 ‘믿고 읽는 번역가’이자 ‘역자 후기의 장인’, 그리고 산문집 《혼자여서 좋은 직업》 등을 통해 ‘믿고 읽는 작가’로 사랑받고 있는 ‘한국의 마스다 미리’ 권남희. 그가 신간 《스타벅스 일기》로 독자들을 찾아왔다.‘눈치 없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 껴서 일해도 되나?’ 바짝 쫄며 들어간 스타벅스. 내향인 중에서도 ‘대문자 I’로 불리는 극 내향형인 작가에게 그곳은 고작 1년에 한두 번 테이크아웃해본 게 전부였던 곳이다. 깔끔한 공간과 적당한 소음, 조밀하게 붙어 있는 테이블 사이에 앉아 글을 써보니, 집에서는 한 줄도 못 썼던 원고가 이상하게 술술 쓰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스타벅스는 가는 곳마다 왜 그렇게 사람이 많은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딸 정하가 편한 집 놔두고 ‘스벅(스타벅스의 줄임말)’에 가서 공부하겠다고 하면 그리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 순간 완벽하게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저자 소개
권남희. 1992년 첫 번역서 《신들의 장난》 출간됨. 번역가가 됨. 1995년 딸 정하 낳음. 엄마가 됨. 2011년 에세이 《번역에 살고 죽고》를 씀. 에세이스트가 됨. 2016년 반려견 ‘나무’ 입양. 개바보가 됨. 2023년 현재, 이 모든 걸로 인해 이번 생에 감사하며 사는 50대.
지은 책으로는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혼자여서 좋은 직업》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밤의 피크닉》 《달팽이 식당》 《카모메 식당》 《애도하는 사람》 《빵가게 재습격》 《반딧불이》 《종이달》 《창가의 토토》 《마녀 배달부 키키》 《배를 엮다》 《무라카미 라디오》 《후와후와》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 《라이온의 간식》 《숙명》 《무라카미 T》 《버터》 외에 수많은 작품이 있음.
발췌문
사랑도 많고 사람도 좋아하는 작가는 ‘스타벅스’라는 공간을 만나, 자신의 주위를 슬며시 장악하며 주변 이들에게 따뜻함과 위로를 나눠준다. 때론 옆 테이블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며 ‘스벅 베이비시터’를 자처하기도 하고, 당근마켓 게시판에서 이어폰을 잃어버린 사람의 호소를 보고 일면식 없는 사람의 물건을 찾아주러 매장 앞 버스 정류장으로 출동하기도 한다. 어느 날에는 가출한 딸을 찾아 스타벅스에 왔다가 무시만 당하고 돌아선 옆자리 중년 여성을 안타깝게 보다가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난 뒤 두 손을 꼭 부여잡고 엄마로서의 동병상련을 나누기도 한다. 이처럼 “아줌마가 주책”이라며 부리는 ‘귀여운 오지랖’에 관한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어느 샌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며 작가의 포근한 관심을 받고 싶어진다.
작가는 이따금 시트콤보다도 더 코믹하고 명치를 때리는 글들로 독자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선사한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의 구절을 떠올리며 스타벅스 별 모으기(별 12개를 모으면 음료 1잔이 무료)에 진심인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당근마켓에서 기프티카드를 구입하려다 초등학생에게 사기당할 뻔한 뒤 딸에게 구박당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주 마주쳐 서로를 의식하게 된 ‘비닐봉지 할머니’를 보고는 할머니의 입장에서 자신의 모습을 묘사한 익살스러운 글을 써보기도 한다. 작가는 또한 우리가 누리는 스타벅스의 편안함을 책임지는 파트너들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어느 날은 커피를 쏟아 당황한 학생을 대신해 파트너가 테이블과 바닥을 닦고 음료도 새로 만들어주었는데, 학생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이 습관이 되어 있으면 어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며 누구에게나 필요한 삶의 지혜를 전한다.
책은 1부 겨울을 시작으로 2부 봄, 3부 여름, 4부 가을까지 사계절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는데, 3부 딸과 함께한 여름휴가 편에서는 서울과는 다른, 부산·나고야 스타벅스의 특색 있는 음료와 공간을 자세히 소개하며 ‘스벅 마니아’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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