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의 소설은 ‘예쁘지 않다’. 수록작 10편은 각각 거친, 미친, 기기괴괴한 면면을 가지고 있다. 욕망하고 배반하며,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타인에게 살의를 보이는 악다구니들이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묘한 쾌감과 위로에 가닿게 된다. <저주토끼>는 냉혹한 현실과 기괴한 환상을 자유자재로 겹쳐, 독자들을 익숙한 일상 속 낯선 공간으로 초대한다.
저주토끼 도서의 책소개
2022년 한국 소설장에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소설가 정보라의 호러/SF/판타지 소설집 <저주토끼>가 래빗홀에서 전면 개정판을 선보인다. 만두 파동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쓰인 표제작 '저주토끼'는 날카로운 분노를 생생하게 살리고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의 맥락이 선명히 드러나기를 바라는 작가의 뜻을 충실히 반영하여 결말 부분 일부를 최초 창작 버전으로 복원하였다. 또한 수록작 전반에 걸쳐 외국어 표기, 인물 간 대사와 말투, 그리고 일부 혼재되었던 명칭이나 부정확한 표현 등을 수정 보완했다.지난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고 중국, 대만, 일본, 프랑스, 스페인 등 전 세계 20개국 번역 계약이 이루어지며 한국 소설장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소설가 정보라의 호러/SF/판타지 소설집 《저주토끼》가 2023년 토끼의 해, 인플루엔셜 문학 브랜드 ‘래빗홀’에서 전면 개정판을 선보인다. 책을 찾을 수 없는 기간을 최소화하고자 하여 신속하게 개정판을 펴내면서도, 작가의 사전 작업과 더불어 밀도 있는 수정 보완 과정을 통해 작품 전반을 다듬었다.
저자 정보라 소개
2008년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저주토끼』 『그녀를 만나다』 『여자들의 왕』 『아무도 모를 것이다』, 연작소설 『한밤의 시간표』, 중편소설 『밤이 오면 우리는』, 장편소설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꿈』 『붉은 칼』 『호』 『고통에 관하여』 등이 있다.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작가의 말〉에서 정보라는 이렇게 말한다. “책 전체를 통해서 전달하려는 특별한 교훈이나 메시지는 없다.《저주토끼》는 환상호러 단편집이고, 환상호러 장르는 대중문학에 속하며, 대중문학은 교훈이나 가르침보다는 즐거움을 위해 존재하는 장르이다.” 하지만 이 책을 여는 우리는 낯설고 으스스한 세계의 재미에 빠져들며, 자신에게 상처 낸 이에게 손톱을 세우는 절박한 마음과 무너진 세계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굳센 용기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지난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고 중국, 대만, 일본, 프랑스, 스페인 등 전 세계 20개국 번역 계약이 이루어지며 한국 소설장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소설가 정보라의 호러/SF/판타지 소설집 《저주토끼》가 2023년 토끼의 해, 인플루엔셜 문학 브랜드 ‘래빗홀’에서 전면 개정판을 선보인다. 책을 찾을 수 없는 기간을 최소화하고자 하여 신속하게 개정판을 펴내면서도, 작가의 사전 작업과 더불어 밀도 있는 수정 보완 과정을 통해 작품 전반을 다듬었다.
발췌문
여러 민담과 설화, 동화, 전설의 형식을 차용한 정보라의 이야기는 마치 어린 시절 즐겨 듣던 무서운 이야기처럼 오싹하지만 멈출 수 없는 강렬함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몇몇 이야기는 잠을 설치게 할 정도로 무섭다”(이종산)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작가는 익숙한 일상 풍경 속에 낯선 세계로 향하는 차원의 문을 세워두고 우리를 초대한다. 그 문 앞에서 ‘웰컴 투 정보라 월드’라는 표지를 든 친절한 얼굴의 화자를 따라서 우리는 기꺼이 어두운 길에 들어서고 함정에 걸려든다. 그곳에 숨겨진 반전들이 튀어나올 때면 우리는 소름이 끼치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혹은 등장인물의 가지고 있던 상처를 깨달으며 이로 인한 그들의 깊은 슬픔에 공감하게 되기도 한다.소설집 《저주토끼》의 키워드는 ‘복수’다. 그런데 원수를 갚는 사람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을뿐더러, 복수를 완수하고서도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이 또 다른 특이점이기도 하다. 경쟁사를 무너뜨리기 위해 비열한 악성 루머를 냈던 양조 회사 사장도(〈저주토끼〉), ‘대안적인 삶’을 외치며 위선을 떨던 남편도(〈즐거운 나의 집〉), 욕심에 빠져 가족을 비극에 빠뜨린 남자도(〈덫〉) 극단적인 파멸에 이르기는 한다. 일견 통쾌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들에게 내려진 징벌은 그저 자업자득의 결과물일 뿐이며 상처받고 훼손당한 이들의 회복은 담보되지 못한다. 복수를 위한 저주는 되돌아오고, 폭력은 또 다른 값을 치르는 공동의 파국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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