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훈 SF’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정소연 소설가), “자신이 무엇을 쓰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SF평론가 심완선), 2020년대 한국 SF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작가 배명훈이 국내 최초로 화성 이주를 주제로 삼은 연작소설집 《화성과 나》(래빗홀, 2023)를 선보인다.
화성과 나 책소개
데뷔 이래 지난 18년간 《타워》 《안녕, 인공존재!》 《미래과거시제》 등 수많은 화제작을 내놓았던 그가 이번에는 붉은 행성을 무대로 새로운 문명 건설을 위해 최선의 제도와 관계를 찾아가는 화성인에 관한 여섯 편의 연작소설을 묶어냈다. 이 책은 작가가 2020년부터 2년간 대한민국 외교부의 연구 의뢰를 받아 〈화성의 행성정치〉 보고서를 완성한 뒤, 학문을 넘어 문학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에 도달하고자 집필해낸 국내 최초의 화성 이주 소설이다.화성의 생활 주기는 지구와 계속 어긋난다. 어떨 때는 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가 싶다가도 보름이면 밤낮이 완전히 바뀌고 만다. 매일 지켜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언제 연락해야 일하느라 한창 바쁜 시간을 피할지, 혹은 한밤중에 벨을 울리지 않을 수 있는지 알기가 까다롭다. 아니, 찾아보면 금방 알 수야 있지만, ‘찾아보고 연락해야지’ 하고 마음먹는 순간 그 연락은 다음 날로 미뤄지고 만다. 소설 속 화성 사회는 지구에서 옮겨 온 사람들로 이루어지며, 탐사와 개척을 목적으로 하는 인원에서 시작해 점차 평범한 이주민들로 채워진다. 돌아오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떠나야 하지만 막상 화성에 닿으면 지구와 통신 시차는 짧아도 6분, 길면 40분으로 벌어져 연락을 주고받다가도 끊어지기 일쑤이다. 〈김조안과 함께하려면〉과 〈행성 탈출 속도〉에 각각 등장하는 연인들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지만, 이러한 거리의 벽 앞에서 서로 소원해짐을 겪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저자 배명훈 소개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석사를 졸업하였고, 2005년 SF 공모전에 단편소설 〈스마트 D〉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워》 《안녕, 인공존재!》 《총통각하》 《예술과 중력 가속도》 《미래과거시제》, 장편소설 《신의 궤도》 《은닉》 《청혼》 《맛집 폭격》 《첫숨》 《고고심령학자》 《빙글빙글 우주군》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에세이 《SF 작가입니다》 등을 썼다.지난 3년간의 화성의 행성정치에 매진한 끝에 연작소설집으로 결실을 맺은 《화성과 나》의 말미에는 먼 훗날 화성에 살면서 이 책을 보게 될 독자들을 위한 편지도 마련되어 있다. 결국은 현재의 절실한 모색으로 닿게 될 미래이기에, 여전히 지구에서 많은 전쟁과 망가지는 계절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아리게 하는 글이기도 하다. 우리 행성의 회복과 나아진 내일을 기원하며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면 좋겠다.그 아득한 시간의 저편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당신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부디 미래의 화성인들이 지구의 괴물을 그대로 화성에 옮겨놓지 않았기를. 새로 시작한 행성의 문명은 지구에서 우리가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가뿐히 초월한 문명이기를. 참된 평화와 조화로운 번영이 오래오래 당신들과 함께하기를!
발췌문
소설 속 화성 사회는 지구에서 옮겨 온 사람들로 이루어지며, 탐사와 개척을 목적으로 하는 인원에서 시작해 점차 평범한 이주민들로 채워진다. 돌아오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떠나야 하지만 막상 화성에 닿으면 지구와 통신 시차는 짧아도 6분, 길면 40분으로 벌어져 연락을 주고받다가도 끊어지기 일쑤이다. 〈김조안과 함께하려면〉과 〈행성 탈출 속도〉에 각각 등장하는 연인들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지만, 이러한 거리의 벽 앞에서 서로 소원해짐을 겪지 않을 도리가 없다.정치 또한 거리에 따른 변화를 겪는다. 지구에서 인구와 물자가 유입되지 않고도 스스로 생존이 가능한 단계가 되기 전까지는 힘의 불균형을 겪을 수밖에 없는 조건일 것은 예상 가능하다. 갑자기 집착을 떨칠 수 없는 간장게장을 위해 꽃게 도입까지 건의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위대한 밥도둑〉에서는 화성의 정치판을 ‘컬링’에 은유한다. “토착 세력이 모여서 새로 날아올 돌의 권한 행사를 제한하는 장치를 하나씩 만들어. 그것 때문에 전에는 한 엔드에 4점씩 따 가던 지구팀 대표들이 점수를 조금씩 잃는단 말이야. (...) 그때부터 토착 세력이 1점을 가져가는 거지. 스틸 엔드라고 하는데, 행성정부 전략이 그거야. 모든 분야에서 역으로 1점씩 따는 거. 이게 자립의 시작이겠지”(pp. 113~114). 또 다른 단편 〈행성봉쇄령〉은 지구-화성 간 사이클러 운항 중에 근지구궤도동맹의 불합리한 명령을 받게 되고 미사일 격추를 감수하고도 이에 저항할 것인지 질문한다. 머리를 싸맨 선장과 함께 고민에 빠져들게 하는 이 이야기는 행성 간 정치 균형과 원칙을 묻는다. 배명훈은 지구 세력과 힘겨루기하며 균형을 맞춰나가야 할 이들이 저마다 마주하게 될 문제들을 가정하면서도 다소 엉뚱한 사건 흐름이나 유머러스한 인물들을 통해 그 긴장의 완급을 조절하여 몰입감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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