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탈리아인 역사상 스무 번째 노벨상 수상자이자 이탈리아 물리학자로는 여섯 번째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조르조 파리시의 첫 번째 대중 과학서이자 그의 첫 한국어판 단행본이기도 하다. 동시에 20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와 관련된 책 가운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책이기도 하다.
무질서와 질서 사이에서 도서
인류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 왔던 생각이 하나 있다. 이 세상을 이루는 참된 이치인 진리(眞理)가 우주와 대자연의 질서 속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작위와 무질서를 특징으로 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이며, 진리도 그 안에 있다는 사실을 평생의 연구를 통해 밝혀 온 사람이 있다. 바로 “원자에서 행성까지 물리계의 무질서와 변동 간 상호 작용, 무질서한 물질과 무작위 과정에 대한 기여와 공로”로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조르조 파리시(Giorgio Parisi) 이탈리아 사피엔차 대학교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파리시의 처음이자 최신의 에세이인 이 책은 그가 1966년 로마 사피엔차 대학교에 입학 후 68 혁명의 한복판에서 맛보았던 격변의 기억, 수수께끼 같은 상전이 현상에 쏟았던 관심, 스핀 유리를 분석하는 복제 기법 아이디어를 탄생시켰던 과정에 대한 고찰, 25세의 나이에 노벨상을 코앞에서 놓쳤던 경험, 그렇지만 결국 노벨상 수상자로 우뚝 서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담은 8편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이탈리아 외에도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루마니아 등지에서 번역 출간되어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는 이 책은, 과학을 실험실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로 가져오는 흥분 넘치는 발견의 여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저자 조르조 파리시 소개
1970년에 로마 사피엔차 대학교(Sapienza Universita di Roma)를 졸업하고 1971년부터 1981년까지 프라스카티 국립 연구소(Laboratori Nazionali di Frascati)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1981년부터 1992년까지 로마 토르 베르가타 대학교(Universita degli Studi di Roma Tor Vergata)에서 이론 물리학 교수로 재직했고, 이후 사피엔차 대학교에서 양자 이론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88년부터 린체이 아카데미, 1992년부터 미국 국립 과학원, 1993년부터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 2013년부터 미국 철학회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입자 물리학, 통계 역학, 유체 역학, 복잡계, 최적화 이론과 같은 물리학 분야뿐만 아니라 신경망, 면역 체계, 빙하 및 동물 집단(찌르레기)의 움직임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볼츠만 메달, 막스 플랑크 메달, 노니노 상, 울프 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에는 “원자에서 행성 규모에 이르는 물리계의 무질서와 변동 사이의 상호 작용을 발견한 공로”로 이탈리아 물리학자로는 여섯 번째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발췌문
물리학자에게는 완전히 다른 계가 수학으로 동일하게 설명된다는 점을 발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간혹 방정식이 동일하다 해도 관찰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하는 수학적 표현이 다른 경우가 있다. 이 경우(사실 가장 흥미로운 경우다.) 두 계에서 관찰되는 움직임이 매우 다를 수 있다. 그리고 물리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분야(예컨대 고체 물리학과 입자 물리학)에 속할 수 있어서 두 계를 동일한 수학적 표현으로 병합하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줄 수 있다. ―124쪽에서
책의 후반부 에세이 4편에서 파리시는 과학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한다. 5장 「과학과 은유」의 주제는 과학의 기초가 되는 직관이 은유를 통해 다른 분야로 전달되며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을 알아보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다윈 이론과 양자 역학에 도입된 확률 개념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물리학과 수학, 생물학에서 은유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며 어떤 발전을 이루어 냈는지 5장을 통해 알 수 있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나 같은 이론 물리학자의 머릿속에서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만들어질까? 어떤 유형의 논리적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지금 나는 인류사와 사상사를 바꿔 놓을 정도로 대단한 아이디어만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미시적 창의력(microcreativity)’이라 불리는 것, 즉 과학에서 진보가 일어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매일의 일상 속 작은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131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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